죽음에 관한 4분 15초의 이야기 Wandering
Ye Eun An
어둠일까?
눈부실까?
조용히 나를 지켜보는
커다란 강 너머 폐허일까?
내일일지
수년 뒤일지
아득히 멀고 먼 어느 날일지
알 수 없어도
뱃사공을 만나 어떤 이야기든 나누어도 좋겠지
사랑하는 내 님 닮은 누군가가 마중 나와도 좋을 거야
털복숭이 꼬리 오랜만에 만나 웃을 수도 있겠지
어쩌면, 그래, 어쩌면 홀로인 채여도
반드시 가야 하는 그곳 운명의 길
돌아오는 이가 없어 비밀만 가득한 곳
조금씩 가까워지는 미지의 안개
끝일까? 시작일까? 또 다른 무얼까?
일곱 개의 관문 그 어딘가에서 죄를 갚게 되려나?
불구덩이에서 몸부림을 치는 옛 학자들을 만나려나?
꽃목걸이 걸고 흥겨운 음악에 춤을 추게 되려나?
어쩌면, 그래, 어쩌면 오직 허무여도
어김없이 가게 될 그곳 숙명의 길
첫 숨을 뱉을 때부터 쥐어지는 나침반
조금씩 다가오는 고된 수수께끼
남을까? 사라질까? 또 다른 무얼까?
시간은 야속할 만큼 제멋대로야
느리다 싶다가도 빨라 종잡을 수가 없네
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향한다
마지막일지 모를 죽음이라는 것으로