2017 월간 윤종신 1월호 - 세로
이 정도 살면 그럭저럭 관성의 힘으로
무덤덤한 마음으로 살 법한데
오- 꿈틀대는 모난 삐딱함은
나를 울타리 밖으로 내던지네
아직 쉴 자격이 없는 나라며
다 모여 떠들었던 시간은
내게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
홀로 가슴 후벼 파면 그제서야 날이 서
이것저것 잡다하게 듣는 건
나날이 더 많아지고
세상은 날 더디다고 비웃어
누군가 세로로 세우려 해
나란히 가로가 어울린 우릴
사다리를 주며 빨리 올라 따라잡으라 해
한없이 외롭고 외롭다면 갈 수 있겠어
누구도 못 따라올 거기 거기로
이젠 아마 많은 게 바뀔 걸
썩은 고름들을 짜내고 난 뒤엔
새 살이 차오른 뒤 그곳
무딘 딱딱한 살이 돼도
잊으면 안 돼 얼마나 아팠는지
또 온몸으로 퍼질 수 있어
그 잘 사라지지 않는 독소들
다 모여 떠들었던 시간은
내게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
홀로 가슴 후벼 파면 그제서야 날이 서
이것저것 잡다하게 하는 건
나날이 더 많아지고
세상은 날 더디다고 짜증 내
누군가 세로로 세우려 해
나란히 가로가 어울린 우릴
사다리를 주며 빨리 올라 따라잡으라 해
한없이 외롭고 외롭다면 갈 수 있겠어
누구도 못 따라올 거기 거기로
아무도 안 따라올 저 먼 곳으로