잠자리 지우개

김동건, 서기쁨, 홍이삭

한 손에 새로 산 300원짜리
잠자리 지우개를 들고
내 세상 가장자리부터 지워 갔어

나무도 지우고 산도 지우고 바다도 지우고
걷던 그 길도 앉았던 의자도 다 지워 버렸어

그렇게

내가 산 잠자리 지우개는 제일 잘 지워졌었는데
절반이 다 되어 가도록 지워도
안되네

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러야
널 잊을 수 있나 널 지울 수 있나
얼마나 많은 아픔을 겪어야
널 놓을 수 있나 널 보낼 수 있나

널 잡을 듯
널 놓칠 듯
날 비웃듯
흘러가는

널 잡을 듯
널 놓칠 듯
못 박힌 내 맘

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러야
널 잊을 수 있나 널 지울 수 있나
얼마나 많은 아픔을 겪어야
널 놓을 수 있나 널 보낼 수 있나

얼마나 많이 시간이 흘러야
널 잊을 수 있나 널 지울 수 있나
얼마나 많은 아픔을 겪어야
널 놓을 수 있나 널 보낼 수 있나

워어어-

한 손에 새로 산 300원짜리
잠자리 지우개를 들고
오늘도 지워지지 않는 곳을
지워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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