sumpyo (sum Pt. 3)
Vesper
기어코 떠났어 뒤로 하고서 도시
날 괴롭히던 일상에서 멀어져가는 것이
결코 현실을 등돌리는 게 아냐
매일 아침과는 조금 다른 아침을 맞아
도착지는 낯선 공항
창 밖을 보자 느껴진 건 소음 아닌 익숙하지 않은
공기의 냄새와 다소 어색한 말투
여기선 내가 외딴 섬이 된것만 같음
그러나 이 변화가 내게 주는 평안
영원하진 않겠지만 종종 나는 떠나
또 찾아내 마주해 외면했었던 자신을
그제서야 깨닫곤 해 왜곡됐었던 사실을
이제 레드오션이 돼버린 내 머릿 속에
맴돌던 숱한 고민을 끄집어 내
파도에 흘려보내건 산 위에 묻어두건
중요한 건 그저 숨을 내쉬는 것
잠시만 쉴게
고요한 소란속에
노을이 질 때
숨을 내쉴게
잠시 동안 만이라도 핸드폰은 꺼놔
늘 내가 존재하던 모든 공간에서 떠나
다들 사는 이윤 뻔하겠지만 각자 특별한
의미를 찾으며 살아가듯이 나도 그러함
그러나 현실 속 나는 겁 많은
아이같아 애가 타 뒤쳐질 것만
같은 생각에 조급해 누가 뒤쫓나봐
달리고 달려도 거친 숨소리만 늘어나
도망친 건 아니고 험한 트랙 위를 달리다
잠시 숨 돌리는 중 결과는 좀 떨어질지라도
목표는 결승점을 통과하는 것이므로
멈춰서서 밤바다와 별 봐
한적한 곳에 고요함을 들어봐
난 도시 다시 잠시 스쳐간
파도와 바람 소리 기억 속에 저장
그리울 때 숨 쉬면 지금 노래 처럼 들려와
잠시만 쉴게
고요한 소란속에
노을이 질 때
숨을 내쉴게
