그의 겨울
강보름
집에 가는 길
코 끝에 스치는 차가운 이 공기
네가 또 왔나 봐
낯설고 또 익숙한 네가 왔다는 말은
붕어빵 먹으러 가도 된다는 신호
손에 한가득 붕어빵을 안고 가면서
수화기 너머의 그녀와 얘기할 때면
코 끝은 시리지만 내 손과 마음은
한여름의 그것이라네
집에 가는 길
문득 떠오르는 오늘의 느낌
차갑고 따뜻해
아끼는 트렌치는 잠시 안녕이지만
왠지 겨울이 반갑기만 하다
손에 한가득 붕어빵을 안고 가는데
저기 저 멀리에 보이는 타코야끼 트럭
수화기 너머의 그녀와 함께 있다면
고민 없이 둘 다 먹을 텐데
집에 가는 길
문득 떠오르는 오늘의 느낌
같이 걷고 싶다
코 끝은 빨갛게 얼어서 웃길 테지만
왠지 겨울이 반갑기만 하다