너라서 고마웠고 나여서 미안했다고

심현보

오늘따라 하늘이 유난히 예뻐
이맘때 하늘만 보면 난 또 니 생각
아무렇지 않은 척 잘 지내다가도
별것도 아닌 일에 이렇게 무너져

니가 좋아하던 계절이야 다시
나는 그게 반갑고 또 힘겹고 그래
오 이별은 늘 생각보다 길어 넌 어때
어쩌면 사랑한 시간 그보다 오랜 날들

니가 없는 세상이 나에겐 무엇도 아니라
하루가 저무는 걸 멍하게 바라봐
그저 이렇게 그때의 우리에게 얘기해
늘 너라고 고마웠었고 나여서 미안했다고 말야

우리 처음 만난 계절이야 이제
나는 그게 마치 어제 일 같고 그래
오 사랑은 또 돌아오는 계절 그처럼
끝나도 끝나지 않는 아픔의 반복 같아

니가 없는 세상이 나에겐 무엇도 아니라
하루가 저무는 걸 멍하게 바라봐
매일 비슷해 저물고 다시 뜨는 너란 사람
참 많이도 보고싶었고 많이도 걱정했어 나는

여기 내 맘속에 아직 너는
구석 구석 숨어 있다가
조용하게 귀를 기울이면
니가 좋아하던 노래처럼 한순간 되살아나

너를 사랑했던 게 나에게 빛나던 한때라
매일 사라져가는 우리가 참 아파
그저 이렇게 그때의 우리에게 얘기해
늘 너라서 고마웠었고 나여서 미안했다고 말야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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